혼인취소소송 이혼 경력 지우고 싶다면

 

민법 제815조는 혼인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여러 사유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혼인 당사자 간에 혼인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면 그 혼인은 무효가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경우입니다. 또한, 금지된 근친혼 사이에서 이루어진 혼인 역시 무효인데, 이는 8촌 이내의 혈족, 6촌 이내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 혈족의 배우자와의 혼인에 해당합니다. 더 나아가, 당사자 간에 직계 인척 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경우, 또는 양부모계 직계 혈족 관계가 있는 경우에도 혼인은 무효로 간주됩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G씨는 3년 전 협의 이혼을 하였습니다. 그녀는 결혼 후 2년 만에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는데, 이 결혼은 사실 본인이 원하지 않은 결혼이었다고 합니다. G씨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남편은 동창회에서 우연히 재회한 뒤, 그녀를 집요하게 쫓아다녔습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었던 G씨는 그저 가까운 친구로 지내려고 했지만, 남편은 그녀의 동의를 받지 않고 혼인신고를 해버렸다고 합니다. G씨는 당황했지만, 남편의 간청에 마음이 흔들려 결국 함께 살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성격 차이로 인해 자주 다툼이 일어났고, 결국 그녀는 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최근 G씨는 새로운 연인을 만나 진지하게 결혼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이혼 기록이 가족관계등록부에 남아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합니다. 자발적으로 선택하지 않은 결혼이었기 때문에, 이런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G씨는 혼인신고 당시 본인에게 혼인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통해 이혼 경력을 지울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앞서 설명한 민법 제815조에 따르면, 혼인은 당사자 간 합의가 없거나 금지된 근친혼일 경우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미 혼인 관계가 끝난 이후에도 혼인취소소송이 가능한지 여부입니다. 판례(대법원 1993. 7. 27. 선고 92다40587 판결 등)에 따르면,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은 독립적인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입니다. 과거의 법률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현재의 분쟁 해결을 위한 전제일 뿐이며, 사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민사소송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사람의 신분 관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법률 관계가 발생하며, 그 효과가 타인에게까지 미칠 수 있는 복잡한 상황에서는 예외적으로 과거의 법률 관계에 대해 무효 확인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므1553 판결). 또한, 판례(대법원 1978. 7. 11. 선고 78므7 판결, 1995. 11. 14. 선고 95므694 판결)에서는 과거 혼인 관계도 무효가 소급 적용되며, 이는 당사자의 신분법적 관계나 연금법에 따른 유족연금 수급 자격, 재산 상속권 등 재산법적 관계에 현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무효 확인의 법적 이익이 인정된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협의 이혼으로 혼인 관계가 해소된 경우에도 그러한 이익이 있다면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G씨의 사례를 고려할 때, 혼인 관계가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률 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판례(대법원 1984. 2. 28. 선고 82므67 판결)는 혼인 관계가 이미 협의 이혼으로 해소된 상황에서는 혼인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청구인이 혼인 무효 확인을 요청하더라도 현재 법률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자료가 없다면 단순히 호적(가족관계등록부) 상의 불명예라는 이유만으로는 확인 이익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G씨는 가족관계등록부에 남아 있는 이혼 기록이 단순히 불명예스럽다는 이유만으로는 취소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없다고 해석됩니다. G씨가 혼인 당시 의사가 없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이나, 그 사실을 법정에서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할 경우 무효 판결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혼인 관련 소송은 간단한 절차가 아니며, 단순히 가족관계등록부에 남은 기록이 불명예스럽다는 이유만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혼인이 무효라는 확실한 이유가 있음에도 이를 증명하지 못해 소송에서 패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으므로, 더욱 객관적인 증거를 찾아 이를 통해 논리적으로 재판부를 설득해야 하며,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하였습니다.